2007년 시작된 ‘원피스 언리미티드’ 시리즈는 여러 원작 캐릭터들이 보스로 등장하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일본에선 시리즈 누계 100만장 이상 출하되며 인기를 끌었다. 다만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많지 않거니와 2013년 정식 발매된 ‘원피스 언리미티드 월드 레드’의 경우엔 게임성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한국어화 되지 못하면서 국내 팬들의 기억에 남지는 못했다.
‘원피스 그랜드배틀 스완 콜로세움’ 이후 가장 인상적인 원피스 게임은 아마 ‘해적무쌍’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2012년 발매된 ‘원피스 해적무쌍’은 코에이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무쌍 시리즈와 원피스의 만남이었다. 기존 무쌍 게임과 다르게 퍼즐이나 어드벤처 게임 요소도 도입하고, 많은 캐릭터들과 원피스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라가기도 했다. ‘해적무쌍’은 긴 시간동안 게임성을 입증한 무쌍 시리즈와 매력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로 무장한 원피스의 만남으로 나름 호평을 받았다.
▲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원피스 언리미티드 월드 레드'(위), '해적무쌍 3'(아래) (사진출처: 게임 스팀 페이지)
게임성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해 실패한 원피스 게임들
위에 언급한 게임들은 원피스 원작 인기에 힘입어 괜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대 다른 게임에 비해 아주 뛰어난 작품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밑에 이야기할 게임들과 비교하면 굉장한 수작이었다. 아래에서 소개할 게임들은 원피스의 인기에만 기대 게임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발매해, 원작 원피스의 명성에도 누를 끼친 작품들이다.
2004년에 PS2로 나온 ‘원피스 라운드 더 랜드’는 보물을 찾기 위해 역대 캐릭터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 본격 캐릭터 게임으로, 7명의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를 게임 속에서 괜찮게 구현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스테이지는 너무나 간단해서 지루했고, 콘텐츠도 특출난 점이 없이 단조로웠다. 조작성도 조악해서 액션감도 살리지 못했다. 결국 게임은 원작 팬들 눈요기만 시켰고, 게임성을 신경쓰는 게이머들에겐 외면받았다.
2016년 발매된 ‘원피스 버닝 블러드’는 ‘원피스 그랜드배틀’ 이후 오랜만에 출시된 대전격투게임이었다. 그러나 캐릭터를 빼고 대전격투게임으로서 보자면 빈말이라도 좋다고 할 수 없다. 긴장감과 심리전이 중요한 격투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템포가 지나치게 느려서 플레이가 지루했다. 또한 격투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간 밸런스를 전혀 맞추기 못했다. 예를 들면 상디가 여자 캐릭터에게 쓰는 모든 기술 대미지가 고작 1만 들어가는 점은, 원작 팬이라면 웃으며 반가워할 수 있지만 대전격투 게임으로서는 상디 선택을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불편요소였다.
▲ '버닝 블러드'는 격투 게임이 가져야 할 여러 요소를 놓쳤다 (사진출처 : 게임 스팀 페이지)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 발매된 ‘원피스 월드 시커’ 평가는 더 좋지 않다. 게임의 중요한 새 캐릭터는 원작자 오다 에이이치로가 직접 만들었고, 게임의 배경도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또한 원작에서 출연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량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 플레이, 지루한 사이드 퀘스트와 원작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지 못한 전투는 팬과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원피스 월드 시커’는 기대와 달리, 게임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오직 캐릭터와 원작에 의존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게임들은 순수 게임으로서 승부를 보기보다는 원작 만화 팬을 상대로 눈요기에 집중한 결과다. 매력적인 캐릭터에 휘둘려 게임성이 우선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원피스 기반 게임들로 갈수록 원작의 인기에 기대 게임의 재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원피스 월드 시커'는 낮은 게임성으로 원피스 이름에 흠을 남겼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사이트)
‘원피스 게임’은 ‘원피스’보다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원피스 게임들에 좋은 반면교사가 있다. 작년 발매된 ‘드래곤볼 파이터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드래곤볼이라는 훌륭한 원작과 높은 게임성을 함께 보여주며 보기 좋게 성공을 거뒀다. 화려한 원작 연출을 게임에서도 완벽하게 구현했고, 격투 시스템 자체도 완성도 높게 구현해 원작 팬과 게이머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 결과,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주요 대전격투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순수 게임으로서도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원피스 게임에서도 ‘드래곤볼 파이터즈’ 같이 모두가 만족할 만한 ‘갓겜’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요즘 원피스 게임들이 보여준 행보는 이런 팬들의 기대와는 많이 어긋나고 있다. 만화 팬과 게임 팬들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게임을 위해서는 원작 원피스 팬들의 만족도 중요하지만, 결국 게임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