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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별..그리움
글쓴이 전윤설
라우풀  1183 등록시간  15-02-07 09:43
조회수  5,663 추천수  0
제목   첫사랑
그녀를 처음 본 건 고 2때였습니다.

전 불량기가 다분한 학생이었고 그녀는 모범생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이었지만 질이 좋은 학교는 아니었죠.

툭하면 옆 학교랑 시비가 붙어 한 두 명쯤 다리 부러져서 학교 오는 일은 예사였습니다.

저도 젊은 혈기에 몇 번 이웃 학교랑 붙어 보고 코피도 터져보고 팔도 부러져 봤죠...

그 땐 아마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도 몇 번 끌려갔었는데 , 결국엔 포기하시더군요.

전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어울리길 좋아해서 수업 마치자 마자 나가 놀다가 밤 늦게나 되서 집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는 보충수업 한다고 거짓말을 하곤 했었죠..

그런던 어느 날 시험 기간이었습니다

그 날은 몸이 몹시 안 좋아서 시험은 대충 찍고(그 땐 4지 선다였거든요) 친구들이 놀자는

것도 뿌리치고 집에 와서 일찍 잤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어머니께서 들어오시더니 어떻게 시험이란 걸 아셨는지 모르지만 들어오자

마자 시험공부 안하냐고 닥달을 하시는 거예요.

전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도서관 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그렇게 집을 나오고 보니 저녁 늦은 시간이라 막상 갈데고 없고 몸도 않좋은 지라 독서실에

가서 자기로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파트 뒤쪽에 조그마한 독서실이 하나 있는데 거긴 사람도 별로 없고 관리자도 없고

조용해서 자기 딱 좋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독서실에 들어가서 구석 쪽으로 조용한 자리를 잡고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한

여학생이 앉는 거에요.

후후..여러분은 그거 아십니까.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8초라는 걸..

저는 그 때 사랑에 빠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8초보다 짧다는 걸 첨 알았습니다.

세상에 저렇게 귀여운 아이가 있다니..

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 아이는 하늘이 내게 내려준 100프로의 여자구나'

그 순간 잠이 확 달아나면서 아픈 것도 잊고 정자세로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아마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어 본 적은 처음이었을 꺼에요.

밤이 늦어 그녀가 집에 가고 나서야 나는 자리를 뜰 수 있었습니다.

눈이 아프고 목도 아프고 허리가 아파도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집에 가서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종일 멍하니 앉아서 그녀 생각만 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나 점심시간에는 활개를 치고 다녔던 내가 그러니 반 친구들이 이상했나

봅니다.

" 야! 이 쉐이..너 왜 그램마? "

" 아무것도 아냐...."

" 그럼 머얌마 .. 얼렁 나와 축구나 하자 "

" 싫어....."

" 이 좌시기.. 너 빠지면 누가 골기퍼해 ? " ( -.-; )

여하튼 그렇게 수업이 끝나자 마자 난 도서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날도 저녁 시간 후 쯤에 그녀가 왔습니다.

멀뚱멀뚱 책상만 쳐다보고 있어도 그녀가 옆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냥

행복했습니다.

그녀의 책에 쓰여진 걸 보고 그녀가 우리 학교 학생 이며 저랑 같은 학년이라는 것을 알 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날 때 쯤이었습니다.

웬지 그 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결근 하신 관계로 수업이 무척 일찍 끝났거든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 일이 있다는 핑계로 친구들을 따돌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챙겨들고 독서실로 향했습니다.

시간이 무척 이르다는 사실을 깜빡한 채 저는 마냥 그녈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깨어보니 그녀는 제 옆에 앉아 있었고 저의 책상 위에는 네스카페 캔 커피 하나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쪽지 한장이 적혀 있더군요...

' 피곤한가 보구나? 이거 먹구 해 '

그녀가 쓴 쪽지임을 알았을때 그 기분 이해하시겠습니까?

구름위에 붕 뜬 기분이랄까?

아뭏튼 손오공이 된 거 같았습니다.

저는 다른 짓은 다 해 봤었지만 여자에 대해서는 쑥맥이라 그 때 어쩔 줄 모르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녀가 집에 가려고 할 때 쯤에 한 마디 했습니다.

" 저.. 이거 고마웠어...."

그녀는 빙긋 한번 웃더니 집에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까지 그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수업 내내 그 생각만 하다가 선생님께 맞기도

했지만 맞는게 안 아플 때도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애들 불러놓고..

" 야..! 내가 오늘 한턱 낸다 .. 자~ 가자 "

" 어..너 오늘 또 왜 그러냐? 어디 아프냐? "

" 저 쉐이.. 우리랑 어울리지도 않고 맨날 먼저 가더니 무슨 일 벌인 거 아냐?"

" 음..그러게..너 임마 .. 노가다 뛰냐? "

" 으헉..아냐..짜식들.. 그냥 좋은 일이 있어서"

친구들을 속인 게 좀 미안하긴 했지만...

여러분도 사랑과 우정 중에 하나 를 선택하라면 사랑을 선택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전 그 날 돌아와서 이젠 말을 걸어 보기로 맘을 먹고 독서실에 앉아 그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옆자리를 계속 힐끔 힐끔 쳐다 보고 있는데 (으헉. 이게 웬일입니까?)

갑자기 그녀와 전 눈이 마주친 거였습니다.

심장 박동 수가 두 배로 변하면서 얼굴도 빨개 졌지만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습니다.

" 음..어제 정말 고마웠어..근데 이름이 모니? "

(책에 쓰인 것을 보고 다 알고 있었지만^^;)

" 어..나 소영이라고 해. 혹시 우리학교 학생이니? "

" 응..마저.. 나 2반이야 "

" 야아..반갑다. 난 9반이야 "

(우리학교는 남녀 공학이었지만 남녀 분반이었기 때문에 남자 여자반들이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서 서로들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모범생으로 생각했었나 봅니다.

맨날 자기보다 먼저 와서는 자기보다 늦게 가니까요.

또 저도 무척이나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옷도 단정히 입고 머리도 짧게 자르고 말입니다.

어디를 봐도 옛날의 불량한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도 그런 저를 보고 놀라셨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학교 수업도 점점 재미가 있게 되었고, 공부를 즐기면서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 끝나고는 바로 독서실로 달려가 그녀와 같이 공부 했습니다.

이젠 말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쉴 때는 둘이 나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가끔 밤에 나가 별 하고 달 구경도 하고요.

그렇게 꿈 같은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내 성적은 반에서 중하위권이라 처음에는 모르는 것도 많았지만 그녀는 내게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친철하게 가르켜 주었습니다.

공부란게 시작이 어렵지 한 번 하게 되니까 무엇보다 쉽더군요.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중간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나오자 담임 선생님께서 조용히 부르더군요.

" 너 ... 담부터 그러지마 "

" 예.......? "

" 이번 한 번은 봐 준다.. 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 무슨 말씀이신지..? "

"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어떻게 지난 달보다 성적이 이렇게 오를 수가 있지? "

선생님은 제가 컨닝한 줄로 아셨던 겁니다.

전 그냥 황당해서 웃고 말았습니다.

화내시는 선생님께

" 다음번 시험에서 이번 보다 성적이 나쁘면 처벌을 받겠습니다 "

이렇게 단 한마디 던지고 나왔습니다.

물론 전 그 후로 처벌 받은 적이 없었죠.

이렇게 이 학년을 마치고 겨울 방학이 왔습니다.

전 그녀를 더 오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세상 일이 모두 뜻대로 되지는 않나 봅니다.

그녀는 방학 시작하자마자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떠났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때문에 전 혼자서 쓸쓸한 겨울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걸로 기억됩니다.

겨울 동안 독서실 가게 되는 일도 띄엄띄엄 해졌고 다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

그렇게 겨울은 지나갔고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돌아왔고 그 날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잘 지냈냐고.....

전 그녀가 날 생각해 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척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같이 공부하자고 하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고 삼이 되니 입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담임 선생님들도 조회나 종례시간마다 와서 잔소리하고 수업도 훨씬 깐깐해졌고

말입니다.

아이들은 하나 둘 서서히 진로를 정하고 있었습니다.

한 반에서 반 정도 되는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길 원했습니다.

저는 그 때까지 별 뚜렷한 목표가 없이 애들이 하는 대로 따라갈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에게 그녀는 목표를 주었습니다.

어느 날 , 전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 넌 대학에 갈꺼지? "

" 어..아마도 "

"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 "

" 음.. 난 K대에 가길 원해 "

허억.. K 대라니..

전 그 때까지 그녀가 그렇게 뛰어난 학생인지 몰랐습니다.

K 대라면 우리 나라에서 꽤 유명한 대학이었으니까요.

전교에서 논다고 하는 애들도 거긴 자신하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땐 제가 보이는게 없었는지 이렇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 어.. 그래? 이야..잘 됐다.. 나도 실은 K대를 가고 싶었거든..

아직은 잘 못하지만 열심히 해서 말이야.."

" 후후..그래? 정말이지? 우리 같이 가는 거다~"

" 당연. 두말하면 잔소리지 "

그 애가 왜 그렇게 즐거워 했는지 그 땐 몰랐습니다.

하루는 친구가 어디 갈꺼냐고 묻길래 , K 대 갈꺼라고 했더니, 단 한마디 하더군요.

" 미.친.놈 " ( -.-; )

그렇지만 전 무척 노력했습니다.

아마 제 일생동안 가장 열심히 했던 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 때도 , 친구들이 모두 나가 놀고 있을 때도 혼자 책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는 도서관에서 그녀와 헤어지고 돌아와서도 밤새 책을 보았습니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변한다는 게 정말 사실인가 봅니다.

그 덕분에 저는 첫 시험에서 반에서 1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놀란 건 저 뿐만 아니고 친구들 선생님들 그리고 저의 부모님까지 였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젤 바랬던 건 그녀의 축하한다는 한마디였습니다.

그녀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저보다 더 기뻐 하더군요.

저는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루는 그녀와 함께 공부하다가 바람 쐬러 나왔습니다.

" 소영아 , 우리 대학가면 C.C 하자 "

" C.C ? 그게 몬데? "

" 어... 그게 모냐면....... Campus Comedian 이란 건데 캡 잼있데 "

" 하하..그래 하자 "

" 어..정말이지..꼭 하는거다? "

" 그래그래 "

좀 뽀록 같지만 전 대학가서 C.C 하자는 약속까지 받아놓았습니다.

그런 날들이 지나고 저의 성적도 나날히 상승하여 드디어 K 대에 지망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녀는 저보다 더 뛰어났습니다.

나중에 선생님께 여쭈어 보니 그 아이가 여자 전체 1등 이라고 하시더군요.

여름방학 동안에도 그녀와 나는 계속 만나서 같이 공부했습니다.

주말에는 가끔씩 둘이 영화도 보러가고 쇼핑도 하고 그렇게 즐거운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늘 붙어다니자 이젠 친구들도 거의 알게 되었습니다

" 야~ 이 쉐이... 왜 요즘 바쁜가 했더니만.. 여자 친구 사귄다며?

허허.. 이 형님도 아직 없는데..많이 컸어"

" 머야~ 걘 그냥 친구야.."

" 다 아러아러..임마 좋은게 좋은 거지.. 솔직히 불어.. 어디까지 간거야? "

" 그런게 아니라니깐.. "

그렇게 놀림당해도 전 좋았습니다.

그녀를 늘 볼 수 있었으니까요.

K 대 입시는 어느 다른 학교보다 빨랐습니다.

저와 그녀는 같이 원서를 넣었고 열심히 시험 볼 준비를 했습니다.

입학 시험 전날 그녀가 주던 떡을 받아먹다가 목에 걸려 죽을 뻔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험도 모의고사 볼 때와 같은 기분으로 별로 부담 없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평소답지 않게 긴장해서 저는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무지

노력했습니다.

시험이 끝나자 저는 그녀를 데리고 롯데 월드에 갔습니다.

그 날 따라 유난히 사람이 많았지만 , 줄서서 기다리는 게 전혀 지겹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시험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맘껏 소리지르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입시 결과가 발표나는 날이었습니다.

그 날 담임 선생님께서 조용히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축하한다. "

저는 감사하다는 말도 잊은 채 그녀도 붙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학교에서 여학생은 모두 불합격되었다고 하시는 말씀을 한동안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저는 제가 그 어렵다던 K 대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

지금까지 노력해 왔던 것이 너무 허무하게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날 밤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어느 때와 같이 밝은 표정을 애써 지으려 노력하는 것 같았습니다.

무슨 말을 할 지 몰라 가만히 서 있는데 그녀가 먼저 ,

" 축하해.. 진심이야~ "

" 어..고..고마워.."

" 같이 대학 가자고 해놓고 이렇게 되서 정말 미안해 "

" 미안하긴 머가 미안해. 이게 누구 덕택인데. 그렇지 않아도 나 K 대 포기할 생각이야. "

" 무슨 소리야 그건..? "

" 아직 다른 학교 많잖아..좋은 학교 골라보자구.."

" 이..바..보..야.."

그녀는 바보바보 하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왜 그렇게 슬프게 우는지 그 때 까지도 몰랐습니다.

" 음..왜 그래..? 다른 좋은 학교 많잖아 "

" 바보..그게 아니라니깐...."

" ........... "

" 나.... 너가 좋아...."

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그런 말 할 줄은 또 꿈에도 상상 못했거든요.

그 날 따라 바람은 유난히 세게 불었습니다.

전 그녀를 품에 꼭 안았습니다.

그러고는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가 헤어졌습니다.

그 날 밤 전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 난데....... 미안해......... 정말.......... "

" 너 왜 그러는 거야..말 좀 해봐 "

" 연락할께 "

" 야.. 너...정말.."

딸깍~ 뚜....뚜....뚜...

전화기의 신호음이 그렇게 큰 줄 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 후로 그녈 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요.



-- epilogue ----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떠났다더군요.

저는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녀의 집이 이민을 가게 되었는데 그녀는 저 때문에 한국에 남기를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숙사가 있는 K 대에 합격해야 했다는 걸....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녀를 만날 그 날을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전..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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